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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마음의 쉼이 필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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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일 1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나름 애쓰고 있어요. 티스토리를 어떻게 하는 지도 잘 몰랐는데 포스팅을 하면서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그냥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잔잔한 하루를 보내던 중, 아들이 음료수를 꺼내 달라고 해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며칠 전 시부모님 집에서 받아온 맥주가 딱 보이는 거예요. 마침 늦은 점심으로 꿔바로우를 먹어서 맥주가 당기던 참이었거든요. 맥주를 꺼내 컵에다 붓고, 포카칩을 뜯어 접시에 담아 사진도 찍고 이게 행복이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의 작은 힐링을 하고 있었어요.

 

 

참고로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 알콜 섭취를 하지 않아요. 워낙의 감정 기복이 심하고, 욱하는 성질이 있어 기분이 안 좋을 때 마시면 야수로 변하거든요. 스스로를 잘 알기에 우울한 날은 오히려 자제하는 편이죠. 사실 술도 잘 안 마시기도 하고요.

3분의 2쯤 마셨을 때, 농담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고민도 상담하던 단체 채팅방에서 한 지인이 저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일할 때부터 알던 지인이고 햇수로 10년 동안 알면서 단 한 번도 둘 사이에 작은 다툼도 없었거든요. 물론 그동안 4명이 하던 단체 채팅방에서 3명으로 줄기도 하고, 작은 오해로 사이가 조금 틀어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일도 있었죠. 

약간의 소심함도 가지고 있던 저였기에 혹시라도 말실수를 한 것 같으면 먼저 사과를 하곤 했어요. 돌아오는 말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며 괜찮다는 말이었지만.

그렇게 나름 잘 지내왔던 사이예요. 적당한 거리에서 응원해 주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만나면 반갑고 좋은 사람.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고 멋진, 제가 존경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반말을 하지만(지인들 모두 반말하는 사이) 나이 차이가 있는 편이라 나름대로 존중하고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너무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동생한테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다른 동생은 저보다 한 살이 어린데 막 유쾌하게 웃는 타입도 아니고 고민상담 같은 것도 많이 하는 편이라 대화를 나누면 그럴 수밖에 없던 것뿐이고, 저보다 나이가 있던 지인은 긍정적이면서 잘 웃고 같이 농담도 하면서 즐겁게 말하는 타입이라 저도 그렇게 했었거든요. 그렇게 한 번 오해가 생기면서 제가 말하는 것들이 다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나 봐요. 본인한테는 너무 편하게 대한다고. 제 마음속으로는 그 지인이 정말 정말 편하진 않았거든요. 

항상 저를 대단하다고 하고, 좋은 면에 대한 칭찬을 너무 해주다 보니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10년을 알고 지낸 언닌데 너무 나를 좋게만 보니 부담스러운 마음에 평소 친구들과 지낼 때처럼 대하면서 이게 원래 내 성격이라고 얘기해주기도 하고요. 

어쨌든 오해로 인해 기분이 상한 것 같아서 사과를 했어요. 생각이 다른 건데 미안하다고. 기분 풀라고. 단 번에 기분이 풀리기는 힘들겠지만 돌아온 대답도 기분이 썩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저도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에 대해서(기분 나빠했던 포인트에 대해).

술을 마신 상황에서 기분이 좋지 않아져 버려 우울함이 점점 땅끝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제 장문의 대답을 보고 지인에게 전화가 왔어요. 사실 전부터 두세 번 기분이 안 좋았다고. 근데 제 성격도 알고 워낙 자신이 더 편해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근데 이번에 제가 했던 대답에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한 번은 말해야겠다고 싶었다는데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하면 알아듣고 안 할 거라고 생각해서 했던 말이지, 오늘의 일이 정말 기분이 그 정도로 나쁜 건 아니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의 말하는 분위기에 따라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대답을 했는데 단체 채팅방이다 보니 누구는 존중하는 것 같고, 누구는 그렇지 않게 대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결코 저에게 그 지인은 가볍거나 깎아내릴 상대가 아니었거든요. 

제가 기분이 좋거나, 농담할 때, 상대방이 'ㅋㅋㅋㅋㅋ'를 붙이며 얘기할 때 저 또한 ㅋㅋㅋㅋ를 붙여 얘기합니다. 그런데 잘 아시겠지만 이모티콘도 그렇고, 'ㅋㅋㅋㅋㅋ'도 그렇고 이 몇 가지의 덧붙임이 그 대화의 분위기와 흐름을 많이 좌지우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긴 했어요. 

대화를 하면서 어떤 일이 기분이 나빴는지 대충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 얘기를 하니 지인도 이제 이해가 간다고 했습니다. 엄청난 속앓이를 하다 저에게 전화를 했는데 제가 자신의 편은 들어주지 않고 형부의 편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일을 저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남편이 이미 비슷한 일을 겪었었고, 지인도 알고 있었어요. 지인이 전화해서 가장 먼저 했던 말이 그때 어떻게 했는지 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그때의 일을 얘기해주었어요. 그리고 지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 저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 말했었죠. 저한테 기대하는 것들이 그 건 줄 알았으니까요. 알고 보니 그게 아녔습니다. 제가 한 얘기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주제 넘치는 조언일 뿐이었고(지인은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습니다. 본인들이 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 말을 너무 길게 했다고....), 단지 '언니, 힘들었겠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대요. 형부의 편을 들어줬다고 하는 것도 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게 언니랑 형부랑 싸우거나 누가 잘했다 할만한 내용의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거든요. 아마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이 정도의 문제였으면 언니 편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은 해요. 형부는 그래서 그랬던 거 아니야?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언니가 워낙 이해심도 깊어서 언니에게 형부는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 얘기해주면 언니가 이해하고 둘의 사이가 좀 나아질 거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지인이 바란 것과 제가 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했던 부분은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바라는 부분이 달랐고, 목소리가 아닌 문자를 이용한 대화로 생긴 오해들로 서로가 상처 입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술기운에 들었던지라 오해에 대한 억울한 감정이 앞서 폭주를 했고, 대화로 잘은 풀었다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마음 같지 않구나, 하고 또다시 느끼면서 속상한 감정이 주체 못 할 정도 폭발을 하며 행복했던 힐링타임은 우울하고 어두운 시간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는 위로 오더군요. 위통 약 2알을 먹고 나서야 통증은 좀 사라졌고, 그 후로 화장실을 들락날락. 이제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까지 오네요.

그래서 어제는 1일 1포스팅이고 뭐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게 저에게 주는 치유의 시간이었어요.

오늘도 사실 그렇긴 해요.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리는 편인데 나이가 먹다 보니 마상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가 봅니다. 누가 잘못을 했다, 같이 욕해달라 이런 이유로 쓰는 것도 아니에요. 분명 제가 오해하게 만든 잘못들도 있으니까 조심하려고는 합니다. 그냥 인간관계라는 게 힘든 거구나, 또 한 번 느꼈던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10년이 됐든, 20년이 됐든 편하다고 해서 다 이해해 줄거라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말실수 안 하도록 더 존중하면서 얘기해야겠죠. 그래서 자꾸 인간관계가 좁아지나 봐요. 예전에는 진짜 나름 핵인싸였거든요. 대학 OT 때는 앞에 나가 춤추고 학과 전체 모임 갔다가 선배들이 과대표 시키라고 할 정도로 노는 것 좋아하고, 친구도 많았고요. 그런데 나이가 먹으면서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지고, 그냥 편한 사람들 몇 명만 만나는 게 제일 편해요. 그래도 그 사이에 오해와 다툼은 조금씩 생기기는 하는데 누군가는 양보하거나 이해하면서 더 돈독해지는 과정을 겪어요. 그런데 이 과정을 자주 겪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거죠. 30대가 되고서는 인간관계를 넓혀가지도 않았고, 다툼도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겪고 나니 힘이 쭉 빠지네요. 오늘도 자가 치유가 필요한 날입니다. 오늘은 쉽니다. - 주인백 -

 

내일은 온전한 나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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